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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하고도, 한 주, 또 한 주를 지나 어느덧 짙은 겨울을 향해가고 있으나, 모니터 너머의 벽달력은 아직도 시월 자락에 멈추어 서있다. 본래 벽에 못을 박아 걸어두어야 하는 달력이지만 세 들어 사는 방에 고작 날짜 하나 확인하겠다며 망치질을 결심하는 것은 여간 용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떼어내기는 쉽고 흔적도 남지 않을 가벼운 것이되 달력 정도는 붙잡아 둘 수 있을 법한 정말이지 딱 적당한 끈적임의 테이프를 고르고 골라 억지로 달력을 벽에 붙여두어 쓴 것이 만으로 10개월 째이다. 그 말은 곧 달이 바뀔 때마다 벽으로부터 떼어졌다 다시 붙여지기를 이미 열 번 가량 반복한 달력이라는 것이다. 사실 열 번을 훌쩍 뛰어넘어 떼어졌다 붙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보면 퍽 그렇다. 신정 즈음 달..
먼발치에서 너울거리는 파도를 바라보니 어느새인가 멀미감에 속이 미식거려와, 말간 해나 바라보며 숨이나 크게 들이쉬면 떨쳐낼 수 있을 것만 같다가도, 지천에 널린 햇빛은 도무지 이 방 안에 한줄기 들어오지 않아서, 어디서 들이치는 파도인줄도 몰라 그저 주저앉은채로, 쉬어지지도 않는 숨만 가쁘게 들이쉬었다가, 다시 가쁘게 내뱉었다가. 2024년 01월 15일, 종암의 작은 방 안에서이따금 생각
엄마를 볼 때면 괜시리 서글퍼질 때가 있다.엄마가 하고 싶었던 것, 엄마가 멋있게 할 수 있는 것.그런 일들로부터 뜻하지 않게 어느새 아주 멀어진 지금의 엄마.스무살의 엄마는 지금의 엄마를 상상이나 해봤을까.어젯밤 엄마는 문득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왜 행복하지를 않지.엄마는 이리저리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본인이 행복에 무딘 탓을 들었다.또 사람들에게 밉보이기 싫어 기쁜일에 맘껏 행복해 못했다는 탓을 들었다.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는 덜 행복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엄마가 행복해보였던 순간들을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지금보다도 내가 아주 더 작았던 시절, 엄마는 나의 눈에 멋진 사람이었다.하고 싶었고, 잘 할 수 있던 음악 일을 하던 엄마는 행복해보였다.하지만 집에 그 많던 피아노들은 이제 흔적도 ..
Geronimo. 도망쳐나왔다. 탈출이 될지 추락이 될지 좀처럼 알 수 없으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뛰어내린 듯 싶었다. 숨이 막혀 도망쳐 나왔는데 막상 그 끝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해.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도망칠 수 있을까 싶었다. 숨통을 죄는 듯한 질문과 고민거리, 인간관계에서 한번이라도 벗어나보자. 행복해지는 것에 있어 지금보다도 좋은 때는 없겠지. 그래서 반드시 올해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간에는 뭔가 해보겠다 발버둥 칠수록 불행해졌으니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겠냐는 기대를 막연하게 걸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을 갉아먹으며 행복과 거리감을 느낀다.못난구석을 돌아보기 싫어 부던히도 생각을 덜어내지만, 생각을 비운 자리엔 다시 내 못난 구석들이 쏜..
며칠전에 글을 하나 걸어두었는데, 혹시 읽어보셨을까요?일기를 적어두겠다 선언하고선 고작 알쏭달쏭한 산문만 하나 던진 것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그래요.나름 인문계열을 전공했지만서도 글 주변이라는 건 원체 부족하다보니 미완으로 남겨둔 일기만 몇 장인지 셀 수 없어요ㅋㅋ시작은 그럴싸하다가도 마무리 지어지지 않는 게, 딱 늘상 마주하던 내 모습 같아서 익숙하고 또 나쁘지 않아요(좋을건또 없죠 사실,,,). 문득 궁금해지네요. 시작은 그럴싸했는데 미처 마무리 짓지 못했던 것들이 또 지나간 일기 말고 뭐가 있었는지 말이에요.아 그래, 고등학교 때 썼던 단편소설이 하나 있어요.소년병을 주인공으로 전쟁 가진 비극성과 모순 등의 이야기를 담아보겠다며 야심차게 과제로 적어냈던 게 있죠.나름 그럴싸한 플롯이며 은유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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