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저 전역이 9일 남은거 있죠?
아직 실감이 안나지만 그냥 매일매일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문제가 하나 있다면 생긴게 다시 잼민이가 되고 있다는거...?
키도 가뜩이나 작아서 바닥을 기어가는데, 조금 살만해졌다고 얼굴도 피고 사회 돌아가기 전 피부도 관리한다고 신경써보니까 그냥 잼민쓰가 되어버린...
나는 키 크고 품도 넓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꽉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결국 자라고 보니 누군가를 안아주기는 커녕 안기는 사람이 되어버린거 있죠?
물론 안기는게 버릇이 되버리니까 그 또한 나쁘지는 않아요.
다만 그저 처음 되고 싶었던 내 모습과 정반대인 방향이 됐음에도 실실거리는 내가 미워서 그래요.
그래서 그런지 가면 갈수록 더 잼민이처럼 생겨가는 지금이 유쾌하지만은 않네요.
참, 다시 전역 얘기로 돌아와보면 말이에요.
저는 솔직히 전역에 그렇게 마음 설레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원채도 감정에 무던했다보니, 전역이라고 설렐까 싶었어요.
그런데 진짜 눈 앞에 다가온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당장 밖에서 무엇부터 해야할지 고민이에요.
하고 싶었던게 너무 많았는데 뭘 먼저해야 좋을까요?
북아프리카 여행도 가보고 싶고, 사진 동호회 가입도 해보고 싶어요.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만큼 자취방도 알아보고 싶고,
나태하게 지내며 그저 미뤄두기만 했던 공부도 하고 싶어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나가서 공부에 먼저 손댈 위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지만요.
여하튼간에 그러한 부류의 설렘에 어제 새벽엔 잠을 도통 이루지를 못했어요.
일년하고 또 다섯달을 함께 해준 OCP를 세탁기에 던져 버렸고,
훈련소를 나와서부터 한번도 입어보지 않았던 육군복을 꺼내봤어요.
오랜만에 입어서 그런지 품이 깡뚱한게 겉보기에 너무 우스꽝스럽더라고요.
하기야 우스꽝스러우면 좀 어떠겠어요.
결국 전역을 한다는 게 중요한거 아니겠어요?
절대라는 말이 세상에 어딨냐며 반문하곤 했어도, 사실 내 군생활은 절대 끝이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었던 거죠!!!
점점 더 잼민이 같이 생겨가는 장병장도 이제는 정말 전역을 합니다!
내일은 바쁘지 않다면, 또 갑작스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간 부대에 있으며 감사했던 일들의 소회를 풀어봐야겠어요.
네시가 훌쩍 넘어간 지금은 이제 진짜로 잠들어야만 하는 시간이겠죠?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 다짐하며, 10월 31일 워뇽일기 끝.
2022년 10월 31일, 대전 유성 내 방에서.
이따금 생각